채권시장은 알고 있었다 — 주가 고점 전에 울린 조용한 경고 [위험심리 3편]
채권시장은 알고 있었다 — 주가 고점 전에 울린 조용한 경고 [위험심리 3편]
📌 이 글을 읽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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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심리 — 공포와 탐욕을 숫자로 재는 시장의 체온계 [위험심리 1편] 신용스프레드가 무엇인지, 왜 "생존을 계산하는 채권 투자자"가 먼저 움직인다는 가설이 나왔는지.
"공포에 사라"는 진짜일까 — VIX 40이 뚫린 열 번의 성적표 [위험심리 2편] 첫 번째 온도계 VIX의 검증 결과. 이 글은 두 번째 온도계의 검증이자 시리즈의 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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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지표로 미래를 알 수 있을까 [고용 3편] "고용은 백미러였다, 앞유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이 이 글에서 나온다.
장단기 금리차 —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인가, 깨진 신화인가 [금리 3편] 채권시장이 보내는 또 하나의 신호. 이 글의 신용스프레드와 형제 같은 지표다.
파티장을 먼저 빠져나가는 사람들
지난 글 끝에 질문 하나를 남겨뒀다. 주식시장이 파티 중일 때, 채권시장은 먼저 자리를 뜨는가.
1편에서 세운 가설을 다시 꺼낸다. 채권 투자자는 주가가 오르든 말든 관심이 없다. 오직 "빌려준 돈을 떼이느냐"만 본다. 수익을 계산하는 사람보다 생존을 계산하는 사람이 더 예민하다면, 경기 악화의 냄새를 채권시장이 먼저 맡을 것이다.
멋진 가설이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의 규칙은 하나다. 멋진 이야기일수록 데이터로 확인한다.
검증을 시작하기 전에 — 자 하나가 부러진 이야기
검증에 쓴 지표부터 밝혀둔다. 무디스 Baa등급 회사채와 10년 국채의 금리 차이, 즉 Baa 스프레드다.
원래는 더 유명한 하이일드(HY) 스프레드로 검증하려 했다. 그런데 수집 과정에서 벽에 부딪혔다. 데이터 제공사의 라이선스 정책이 바뀌면서, 공공 데이터베이스에서 최근 3년치만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37년을 재려는데 3년짜리 자가 손에 들려 있었다.
다행히 Baa 스프레드는 1986년부터 전 구간이 열려 있고, HY와 방향도 구조도 같다. Baa등급은 투자등급의 마지노선이라, 여기서 웃돈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그 아래 등급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자를 바꿔 끼우고 검증을 시작했다.
세 번의 파티, 세 번의 조용한 퇴장
방법은 이렇다. 1990년 이후 대형 하락 사이클마다, 스프레드가 바닥(가장 낙관적인 순간)을 찍은 날과 주가가 고점을 찍은 날의 순서를 비교했다.
세 번의 대형 사이클 모두, 주가가 고점을 찍기 전에 스프레드가 먼저 바닥을 찍고 확대되기 시작했다. 3전 3승. 주가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순간, 채권시장은 이미 웃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가장 극적인 건 2008년이다. Baa 스프레드가 위기 임계선인 3.0%p를 돌파한 게 그해 2월. VIX가 40을 넘으며 시장 전체가 공포를 인정한 건 9월, 리먼이 무너진 뒤였다. 채권시장의 경고가 공포지수보다 7개월 빨랐다.
고용 시리즈의 마지막 질문을 기억하는가. 고용은 백미러였다, 그럼 앞유리는 무엇인가. 적어도 이 세 번의 사이클에서, 신용스프레드는 앞유리 노릇을 해냈다.
그러나 이 앞유리에는 사각지대가 있다
여기서 끝나면 아름다운 이야기다. 하지만 이 시리즈 내내 반복해온 대로, 성공 사례만 보면 반드시 당한다. 실패 사례를 보자.
2020년 코로나. 무예고였다. 침체가 시작되기 직전 6개월간 스프레드 변화는 -0.05%p, 사실상 제자리였다. 전염병이라는 외생 쇼크는 채권시장도 예측하지 못했다. 앞유리는 도로 위의 위험을 보여주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은 못 본다.
2022년 약세장. 침묵했다. 1년 내내 흘러내린 하락장에서 Baa 스프레드는 위기선인 2.5%p조차 넘지 않았다. 금리 인상이라는 명분이 뚜렷한 완만한 하락에는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2016년. 이번엔 반대로 거짓 경보였다. 에너지·중국발 쇼크로 스프레드가 3.5%p를 돌파했지만, 침체는 오지 않았고 시장은 회복했다.
그리고 성공한 세 번조차 선행폭이 54일에서 812일까지 제멋대로였다. 812일이면 2년 이상이다. "스프레드가 벌어지기 시작했으니 판다"는 식의 매매 규칙은 성립하지 않는다. 닷컴버블에서 그 규칙을 따랐다면 마지막 2년의 상승을 전부 놓쳤을 것이다.
두 온도계를 나란히 걸어두는 이유
정리하면 이렇다. VIX는 급락형 쇼크에 민감하고, 신용스프레드는 신용발 위기에 민감하다. 서로 다른 병을 감지하는 두 개의 체온계다.
그래서 둘을 나란히 걸어두면 재미있는 독법이 하나 생긴다. 어떤 온도계가 반응하느냐가 위기의 성격을 말해준다.
- 스프레드는 조용히 벌어지는데 VIX가 태평하다면 — 신용 문제가 물밑에서 배양되고 있을 가능성. 2007년의 모습이다.
- VIX만 발작하고 스프레드가 잠잠하다면 — 시장의 일시적 발작일 가능성. 2024년 엔캐리 청산의 모습이다.
물론 이것도 확률의 이야기지 공식이 아니다. 하지만 뉴스가 "폭락"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리는 순간에도, 두 체온계를 보면 이번 하락의 결이 어느 쪽인지 가늠할 실마리는 얻을 수 있다.
시리즈를 닫으며 — 앞유리는 있었다, 단 조건부로
세 편의 결론을 모은다.
- 위험심리는 실물(금리·물가·고용)과 다른, 시장의 표정을 재는 카테고리다. 그리고 유일하게 "극단값이 행동의 참고가 될 수 있다"는 통념이 있는 카테고리였다.
- VIX 검증: "공포에 사라"는 통계적으로 성립한다(12개월 평균 +20.6%, 승률 80%). 그러나 바닥 신호는 아니다. 답은 분할매수였다.
- 신용스프레드 검증: 조용한 경고는 실재한다(3사이클 모두 선행, 2008년엔 VIX보다 7개월 빨랐다). 그러나 외생 쇼크엔 무예고, 완만한 하락엔 침묵, 거짓 경보 전례까지 있는 조건부 앞유리다.
고용 스터디가 남긴 질문에 이제 답할 수 있다. 앞유리는 있다. 단, 신용발 위기라는 특정 도로에서만 작동하는 앞유리다. 만능 예측 지표는 이번에도 없었다. 네 개 카테고리, 열여덟 편의 검증을 지나며 매번 같은 자리에 도착한다. 지표는 환경을 진단하고, 대응은 원칙이 한다.
내 원칙은 시리즈 내내 말한 그대로다. 적립식으로 계속 사되, 현금을 들고 있다가 공포 구간에서 나눠 산다. 체온계가 아무리 늘어나도 이 원칙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체온계는 열을 잴 뿐 병을 낫게 하는 건 결국 몸이기 때문이다.
경제지표 공부방은 여기서 한 매듭을 짓는다. 금리, 물가, 고용, 그리고 위험심리 — 시장이라는 바다의 날씨를 읽는 도구 네 개를 상자에 담았다. 물론 상자가 다 찬 건 아니다. 시장의 표정 말고 가격 자체의 온도를 재는 도구(밸류에이션)도, 원화로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우리에게만 보이는 파도(환율)도 아직 상자 밖에 있다. 어떤 도구를 먼저 꺼내 들게 될지는, 시장이 알려줄 것이다.
— 레사남(레버리지ETF를 사랑하는 남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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