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를 왜 하는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지, 덜 잃기 위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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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주식과 담을 쌓고 자랐다
어릴 때부터 자라오면서 숱하게 들었던 말이 있다.
"빚지지 마라." "주식하지 마라."
그 시대에는 주변에서 망한 사람들 대부분이 주식하다가 재산 말아먹고, 감당 안 되는 빚을 지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런 사례들을 보고 자란 어른들은 자식들에게 이 말을 입버릇처럼 했고, 나도 그 말을 듣고 자란 사람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대출도, 주식도 평생 안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주식에 손을 댄 계기는 의외였다.
결혼하면서 아내에게 주식 계좌가 있다는 걸 알았다. 아내가 다니던 회사의 우리사주였다. 몇 년간 거들떠보지도 않던 계좌를 결혼하고 나서 나에게 보여줬는데, 손실이었다.
나는 아내한테 비아냥거렸다.
"그걸 손실 나게 그냥 뒀어?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이게 내가 주식에 발을 디딘 첫 동기다.
대출, 주식과 담을 쌓아오던 내가, 아내의 계좌를 보고 "내가 더 나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주식 계좌를 어떻게 개설하는지도 모르던 나는, 아내의 계좌에 추가로 돈을 넣으며 주식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게 정직한 출발이었다. 나는 수익을 원했다. 그게 내가 주식을 시작한 이유였다.
2. 처음엔 내가 더 잘할 줄 알았다
주식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기분이 눈에 선할 것이다.
내가 사면 오를 것 같은 그 묘한 자신감.
내가 알고 있는 회사 중에 평판이 좋은 회사를 고르고, 차트를 신중히 들여다보면서 가격이 내려올 때를 기다렸다. "이때다" 싶을 때 매수 버튼을 눌렀다.
처음 며칠은 오른다. 그러다 며칠은 내린다. 몇 달이 지나니 오른 종목도 있고 내린 종목도 있다.
어떤 종목들이었는지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다만 2~3개 종목을 사놓고 매일 주식창을 들여다보던 그 모습은 또렷하다. 업무시간에도 머릿속은 늘 주식에 가 있었다.
"올랐을까? 내렸을까?"
이 두 가지 질문이 하루 종일 떠나지 않았다.
3. 그리고 본능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오를 때는 기분이 좋다. 그런데 내릴 때는 비상이다.
"뭘 잘못한 거지?" "종목을 바꿔야 하나?"
초반에 내가 보였던 가장 솔직한 모습은 이거다. 계좌에 파란색으로 -손실이 보이면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그 자존심을 지키려고 빨간색 +수익이 조금만 나면, 다시 파란색으로 돌아갈까 봐 재빨리 팔아버렸다.
세상의 대부분 개미들이 같은 경험을 하지 않을까 싶다.
단기간에 -손실에서 +수익으로 돌아가지 않고 -손실이 계속 커져갈 때는 더더욱 비상이다.
"이걸 계속 들고 가야 하나?"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이 종목은 다시 오를 거야. 지금이 바닥일 거야."
그러면서 저가 매수랍시고 소위 '물타기'를 하며 손실을 키웠던 기억도 있다.
이렇게 손절도 해보고 물타기도 해보면서, 주식의 무서움을 몸으로 알게 됐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방어적이 되어갔다.
4. 어느 순간 나는 변해 있었다
방어적이 된다는 게 어떤 모습일까?
수익이 나면 짧게 챙기고 도망간다. 손실이 나면 자존심에 끌고 가다가, 더 커지면 결국 항복한다. 그러다 어느새 이런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10% 수익이면 다행이야." "-손실이 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여기서 나는 멈춰서 생각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나는 분명히 수익을 내려고 주식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아내 계좌를 보고 "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비아냥거렸던 그 사람이었다. 적금 수익률에 만족할 거였다면 굳이 주식을 시작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손실 안 보는 것을 목표로 살고 있었다.
수익을 원해서 시작한 주식이, 어느새 손실 회피가 목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게 본능이다. 손실회피 본능.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문제는, 내가 그 본능에 굴복했다는 사실 자체를 한참 동안 인지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신중해진 거다", "성숙해진 거다", "리스크 관리를 배운 거다"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었다.
지금 와서 보면 그건 합리화였다. 본능에 진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만든 핑계였다.
5. 그리고 나는 주변에서 같은 풍경을 본다
수년이 지난 지금, 나는 친구, 동료, 형제들과 투자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똑같은 풍경을 본다.
좋은 데이터를 보여줘도 하락 구간만 보면 손사래를 친다.
"그렇게 떨어진 적이 있다고? 그럼 못 하지."
그들에게 묻고 싶을 때가 많았다.
"잃지 않으려고 투자하시나요? 수익 내려고 투자하시나요?"
리스크가 있더라도 수익을 내려고 시장에 들어오는 게 투자 아닌가? 잃기 싫으면 적금을 들면 되지 않나?
그런데 한 번 얘기해보고 더이상 얘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옛날의 내가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며, 아직 애송이인 내가 함부로 그들의 판단에 배나라 감나라 할 자격도 없기 때문이며, 큰 하락장을 만나면 그들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풍경. 하락장이 오면 두려움에 매도하고 도망치는 개미들의 모습.
이것도 손실회피 본능이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머리로는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는 걸 알면서도, 손은 매도 버튼을 누르고 있다. 본능이 이성을 이긴다.
만약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면 하락장은 주식 수량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그런데 보통의 개미들은 정반대로 행동한다. 손실회피 본능에 매도하고 나가버린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그리고 동시에, 나도 같은 자리에 있었음을 떠올렸다.
6.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이든, 이미 시장에 있는 사람이든, 자기 자신에게 한 번쯤 정직하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나는 왜 주식 투자를 하는가?" "수익을 내려고 하는가, 덜 잃으려고 하는가?"
이 질문이 단순해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우리 대부분은 둘 다 원하기 때문이다. 수익도 내고 싶고, 잃기도 싫다. 그게 인간이다.
그런데 시장은 그 둘을 동시에 주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변동성과 손실 가능성을 감수해야 수익이 따라온다. 변동성이 무서워서 안전한 자리만 찾으면, 적금 수준의 수익만 따라온다.
그래서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내가 수익을 원한다면, 그 욕망을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목적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수익을 원한다"고 입으로는 말하면서, 행동은 "손실 회피"에 매여 있으면 결국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한다.
그게 옛날의 나였다.
7. 본능을 다스리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본능을 없앨 수는 없다. 손실회피 본능은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본능 중 하나다. 진화의 결과물이다. 그걸 의지로 누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내가 우상향을 확신할 수 있는 자산을 골라야 한다.
종목이든 ETF든, "이건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하락장이 와도 "지금은 잠깐 흔들리는 것일 뿐, 결국 다시 올라간다"는 믿음으로 버틸 수 있다. 확신이 없으면 본능이 이긴다. 무조건 이긴다.
내가 미국 주식, 그중에서도 나스닥100과 그것의 레버리지ETF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40년 데이터가 보여주는 우상향에 대한 확신이 본능을 누르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본능이 작동하기 어려운 도구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
분할매수, 현금비율, 적립식 투자. 내가 이 블로그에서 줄곧 다뤄온 도구들이 결국 이 목적이다. 본능에 휘둘리지 않도록 미리 정해둔 규칙으로 매매하는 것이다.
이 도구들이 있으면 하락장이 다른 의미가 된다.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기회의 대상이 된다. 본능이 "팔아!"라고 외칠 때, 도구가 "사야 할 시점이야"라고 알려준다. 본능과 도구가 싸우면, 미리 만들어둔 도구가 이길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 두 가지가 갖춰져야 우리는 본능을 다스리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블로그의 내가 써온 글들을 다시 돌아보면, 결국 내가 다뤄온 모든 것은 이 한 문장으로 수렴한다.
"수익이라는 목적에 맞게, 본능을 다스리는 투자자가 되기 위하여."
왜 미국인지, 왜 나스닥인지, 왜 레버리지인지, 왜 분할매수인지, 왜 현금비율인지. 이 모든 이야기가 결국은 본능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무기들이다.
그리고 그 싸움은 첫 단추를 정직하게 끼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는 수익을 내려고 투자한다."
이 한 문장을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그다음 모든 길이 열린다.
옛날의 나는 그 정직함이 없었다. 그래서 본능에 굴복했고, 어느새 "손실 안 보는 것"이 목표가 되어 있었다. 그게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한참 후에야 깨달았다.
여러분은 같은 길을 걷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각자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시작해 나갔으면 좋겠다.
— 레사남(레버리지ETF를 사랑하는 남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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