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비율 전략 3] 깨달음을 실행할 도구가 필요했다
[현금비율 전략 3] 깨달음을 실행할 도구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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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비율 전략 2] 답을 찾으려 했더니 내가 보였다 이 글의 직전 편. 답을 찾으려는 여정이 어떻게 자기성찰로 전환됐는지 담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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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의 힘 - 분할매수라는 방패에 창을 달다 이 글의 핵심 철학이 담긴 글. 현금이 왜 단순한 보유가 아니라 무기가 되는지.
1부. 지난 한 달 동안의 탐색
[현금비율 전략 2] 답을 찾으려 했더니 내가 보였다에서 나는 이미 결론을 적었다. 정답은 없다. 철학과 상황이 답이다.
그런데 글을 쓰고 나서도 마음 한 켠에 작은 의심이 남아 있었다. 정말 더 좋은 전략은 없을까. 내가 놓친 무언가가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다양한 동적 전략을 직접 검토해봤다.
먼저 매매전략 1편 : 나는 이렇게 매매 전략을 만들기 시작했다에서 소개했던 7단계 동적 Phase 전략을 다시 들여다봤다. 이 전략에는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매도 신호가 발생해도 단계가 그대로 유지되어, 정작 강세장 정점에서 더 보수화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9단계로 확장하고, 매도 신호가 발생할 때마다 단계가 한 칸씩 올라가도록 룰을 바꿔봤다. 1985년부터 40년 시뮬레이션을 돌리니 결과가 나왔다. 닷컴버블 정점에서 현금 50%까지 단계적으로 보수화되더니, 폭락 후 회복기에 점진적으로 적극화되는 합리적인 움직임. 직관적으로 매우 그럴듯한 전략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단계를 더 늘려보면 어떨까, 괴리율을 단계마다 다르게 가속시키면 어떨까, 매수 신호는 보수적으로 다루고 매도만 빠르게 반응하면 어떨까, MDD가 깊어지면 비상시 룰을 따로 작동시키면 어떨까. 수많은 개선 아이디어를 하나씩 시뮬레이션에 붙여봤다.
그때마다 결과는 조금씩 좋아지기도 했고, 새로운 약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모양만 바뀌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시작 시점을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는 1985년부터 40년간의 결과만 봤다. 그런데 진짜 질문은 이거 아닌가. "다른 시점에 시작한 사람에게도 이 전략이 똑같이 작동할까?"
1985년, 1990년, 1995년, 2000년, 2005년 — 다섯 군데에서 각각 시작해서 20년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985년 시작한 사람에겐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1990년 시작한 사람에겐 20년 후 원금 미만으로 끝나는 손실이었다. 1995년 시작한 사람에겐 평범한 결과였고, 2000년이나 2005년 시작한 사람에겐 오히려 현금 없이 풀 투자한 경우보다 못한 결과가 나왔다.
같은 룰이었다. 같은 시뮬레이션 엔진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시작 시점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보니 패턴이 보였다. 결과를 결정한 건 전략이 아니었다. 닷컴버블과 금융위기가 평가 기간의 어디에 위치하느냐가 결과를 결정하고 있었다.
위기가 평가 끝 부근에 있으면 한 전략이 이기고, 위기가 평가 중간에 있으면 다른 전략이 이기고, 위기가 시작 직후에 있으면 또 다른 전략이 이겼다. 전략의 우열이 아니라 위기와의 거리가 결과를 만들고 있었다.
여기서 깨달았다. 미래에 위기가 언제 올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런데 결과는 그 위기의 위치에 의해 결정된다. 즉, 과거 데이터가 아무리 좋은 결과를 보여줘도 그 결과는 미래에 그대로 반복될 수 없다.
어떤 동적 전략도 정답은 아니었다.
여기까지의 탐색이었다.
2부. 깨달음을 실행할 도구가 필요했다
이건 내게 새로운 깨달음은 아니었다. 직전 글에서 이미 적었던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그 결론을 데이터로 다시 확인한 셈이다. 깨달음은 같지만 그 깨달음의 무게가 더 무거워졌다.
여기서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정답이 없다는 인식에서 멈추지 않고, 그 인식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를 묻기 시작했다.
복리의 힘 — 월 100만원이 40년 후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안다. 분할매수의 힘 — 최악의 타이밍에 시작해도 이기는 전략을 안다. 현금의 힘 - 분할매수라는 방패에 창을 달다를 안다. 이 세 가지가 함께 작동할 때 만들어지는 결과가 어떤 것인지 우리는 이미 충분히 봤다. 그리고 그 작동 방식이 사람마다 달라야 한다는 것도 안다. 자산 형성기인 사람과 자산을 지키는 시기인 사람은 다른 룰을 따라야 한다. 작은 돈으로 시작한 사람과 큰 자산을 가진 사람은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 위기를 두려워하는 사람과 기회로 보는 사람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깨달음이다. 그런데 깨달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됐다.
매월 적립일에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지금 내 현금 비율이 룰에서 벗어났는지, 단계가 바뀐 후에는 얼마를 매수하거나 매도해야 하는지 — 이런 것들을 매번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사람의 의지와 기억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 좋은 룰을 알아도 일관되게 실행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정의한 룰을 입력하면 매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도구. 거래 기록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와 히스토리가 갱신되는 도구. 그리고 무엇보다 — 나의 룰이 아니라 사용자 본인의 룰을 담을 수 있는 도구.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깨달음 없이는 도구도 의미가 없다. 어떤 룰을 도구에 담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용자 본인이다. 도구는 그 결정을 실행하도록 도울 뿐이다.
하지만 깨달음이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도구가 필요했다. 그것이 내가 도달한 두 번째 결론이다.
3부. 깨달음을 실행할 도구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건 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전까지 나는 증권사 앱이나 자산관리 앱에 의존해서 주식을 매매하고 자산을 관리해왔다. 그런데 이런 앱들은 모두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그대로 써야 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거의 없었고, 내 생각을 담을 수도 없었다. 개인화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내가 현금 비율 전략을 아무리 열심히 검토해서 좋은 전략을 만들어도, 그걸 실행해줄 도구가 없었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엑셀로 자산 관리를 해보려는 시도를 몇 번 해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로직을 설계하고 하나하나 수식을 연결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고, 더 큰 문제는 생각이 바뀔 때마다 전체 설계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번 만들어 놓으면 그걸 고치는 게 새로 만드는 것만큼이나 번거로웠다. 그래서 번번이 중간에 멈췄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AI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까지 생각만 해오던 것을 며칠 만에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물론 AI가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내가 제대로 설계하지 못하면 AI도 엉뚱한 결과를 내놓는다. 하지만 내가 설계를 제대로만 하면, AI는 그걸 실현시켜 준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이제까지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만들고 있는 건 자산 관리 시스템이다. 엑셀 기반으로 출발해서 나중에는 웹이나 모바일로도 확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우선은 내가 매월 실제로 쓸 수 있는 수준에서 출발한다.
이 시스템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현재 상태를 보여준다. 내 총 자산이 얼마이고, 그중 주식이 얼마고 현금이 얼마인지. 지금 현금 비율은 몇 퍼센트인지. 내가 정한 단계 기준에서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숫자들이 한 화면에 정리되어 있다.
둘째, 이번 달 행동을 안내한다. 현재 현금 비율이 매수 신호선 근처인지, 매도 신호선 근처인지, 아니면 유지 구간인지. 리밸런싱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얼마를 사거나 팔아야 하는지. 정기 적립금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내가 매달 내려야 할 결정들이 미리 계산되어 있다.
셋째, 기록을 쌓는다. 매월 매매 기록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가 갱신되고, 월별 히스토리가 누적된다. 내가 언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그 결정 이후 자산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시간이 지나도 되돌아볼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자연스럽게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시스템의 모양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이 시스템의 본질은 답을 담는 것이 아니라 답을 담는 그릇이라는 점이다.
지금 시스템 안에 들어가 있는 매매 전략은 내 전략이다. 내가 만든 단계 전환 기준, 내가 정한 목표 현금 비율, 내가 정한 신호선과 괴리폭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 전략은 고정된 답이 아니다.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은 단 하나. 사용자가 본인의 룰을 이 안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떤 현금비율 전략도 모든 사람에게 맞는 정답은 아니다. 자산 형성기인 사람과 자산을 지키는 시기인 사람이 같은 룰을 따를 이유가 없다. 작은 돈으로 시작한 사람과 큰 자산을 가진 사람이 같은 단계로 움직일 이유가 없다. 위기를 두려워하는 사람과 기회로 보는 사람이 같은 신호에 같은 방식으로 반응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이 시스템은 누구의 어떤 전략이든 담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단계를 몇 개로 나눌지, 각 단계의 목표 현금 비율과 괴리폭을 얼마로 할지, 진입 조건을 어떻게 설정할지 — 이런 것들이 사용자가 입력할 수 있는 변수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이걸 단계적으로 진화시킬 생각이다. 먼저 단계 수와 비율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입력할 수 있게 만들고, 그다음에 진입 조건도 바꿀 수 있게 만들고, 더 나아가서는 지금 내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전략 — 예를 들어 폭락 깊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매수하는 룰 같은 것도 담을 수 있게 만들어갈 생각이다.
그리고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어도 그 안에 담길 룰을 결정하는 건 결국 사용자 본인이다. 내 철학을 내가 정해야 하고, 내 상황을 내가 알아야 하고, 내가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내가 판단해야 한다.
시스템은 그 판단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다만 일단 판단이 서면 그 판단을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월 내가 정한 룰에 따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잊지 않게 해주고, 기록을 쌓아주고, 결과를 되돌아보게 해준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룰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해 흔들렸던 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 순간들을 줄여주는 것이 이 시스템의 가장 큰 가치다. 거창한 마법이 아니라 일관된 실행을 돕는 조용한 장치. 그게 내가 만들고 있는 도구의 정체다.
완성되면 공유할 예정이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나 혼자 쓰는 수준에서 출발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룰을 담을 수 있는 형태로 다듬어가고 있다.
4부. 이제 실전이다
여기까지 오셨다면 이제 실전이다.
언제까지 이론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 [현금비율 전략 1]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진 여정은 결국 이 한 걸음을 위한 준비였다.
나는 앞으로 매달 말 월 100만 원 적립식 투자를 시작한다. 지금이 4월 24일이고, 이번 달부터 바로 시작하니 벌써 다음 주 일이다. 계좌를 새로 개설하고, 돈을 준비해 계좌로 옮기고, 해외 주식을 매수할 수 있도록 환전도 한다. 그리고 매수를 시작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다.
[현금비율 전략 2] 답을 찾으려 했더니 내가 보였다에서 밝힌 것처럼, 나는 이미 수억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리면 구독자분들과 괴리감만 커질 것 같았다.
나는 구독자분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한 걸음씩 함께 나아가고 싶다. 그래서 새 계좌를 개설하고, 그 계좌에서 월 100만 원 적립의 여정을 블로그로 기록해 나가려 한다. 이미 가진 자산이 아니라, 지금부터 쌓아가는 여정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첫 시작이라 금액은 초라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큰 꿈을 품고 출발한다.
여러분도 이제 시작하려 하신다면 큰 꿈을 그려보시면 좋겠다. 그리고 그 꿈을 어떻게 실현할지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여기까지의 여정이 그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 실전이다. 멀고 험난한 길이 예상되지만, 그만큼 준비도 필요하다. 앞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차차 이야기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준비는 마음의 준비다.
그리고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도구는 그 마음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한 가지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이 도구가 월 100만 원 적립식 투자에 당장 필요하지는 않다. 초기에는 금액이 작으니 꾸준한 분할매수만 해도 충분하다. 복잡한 전략을 지금 당장 따를 이유가 없다.
도구가 진짜 힘을 발휘하는 건 시간이 흐른 뒤다. 적립이 쌓이고 복리가 붙어 자산이 커지면, 그때부터는 현금의 힘이 필요해진다. 단순한 분할매수만으로는 부족한 순간이 온다. 큰 자산이 폭락을 마주할 때, 흔들리지 않고 룰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해진다.
그때가 되면 이 도구가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분할매수의 방패에 현금의 힘이란 창을 단 것 처럼...
그래서 지금은 도구를 완성해 두고, 실제로는 담담하게 적립해 나갈 생각이다. 도구의 본격적인 활용은 앞으로 몇 년 후의 일이지만, 그때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한다.
시작은 초라하지만 방향은 명확하다.
이제 실전이다.
— 레사남(레버리지ETF를 사랑하는 남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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