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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노트 · 6부 · 바다를 읽는 법

위험심리 — 공포와 탐욕을 숫자로 재는 시장의 체온계 [위험심리 1편]

2026-07-13 · 레사남 · 원문 레사방 58편

 

📌 이 글을 읽기 전에

🔍 꼭 읽어야 할 글

고용지표로 미래를 알 수 있을까 [고용 3편] 이번 시리즈의 출발점. "고용은 백미러였다"는 결론이 남긴 질문에서 이 글이 시작된다.

그래서 어떻게 활용하나 — 금리 5형제를 실전에 적용하는 법 [금리 6편] 경제지표를 "매매 신호가 아닌 환경 진단 도구"로 쓰는 관점. 이 시리즈도 같은 관점을 유지한다.

📚 함께 보면 좋을 글

물가를 보는 네 개의 렌즈 — 복잡한 물가 지표, 한 번에 정리하기 [물가 1편] 같은 형식의 개관편. 복잡한 지표를 묶음으로 정리하는 방식이 이 글과 동일하다.

고용지표 — 연준이 보는 또 하나의 눈 [고용 1편] 실물 지표 3부작(금리·물가·고용)의 마지막 카테고리 개관.


백미러 다음은 앞유리인가

고용 시리즈를 닫으면서 이렇게 결론 내렸다. 고용은 백미러다. 침체가 시작되는 순간 고용지표는 가장 좋아 보였고, 미래는 보여주지 않았다.

그때 남은 질문이 하나 있었다. 백미러가 아니라면, 앞유리 역할을 하는 지표는 없을까.

그 질문을 들고 네 번째 카테고리로 넘어간다. 위험심리(Risk Sentiment)다.

실물과 심리는 다르다

지금까지 다룬 금리·물가·고용은 모두 경제의 실제 상태를 재는 지표였다. 물가가 몇 퍼센트 올랐는지, 일자리가 몇 개 늘었는지. 말하자면 경제의 몸 상태다.

위험심리는 다르다. 이건 시장 참여자들이 지금 위험을 얼마나 감수하려 하는지, 혹은 얼마나 피하려 하는지의 온도를 잰다. 몸 상태가 아니라 그 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다.

왜 이게 따로 필요할까. 같은 실물 상태라도 시장의 표정에 따라 자산 가격이 완전히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2021년을 떠올려보자. 물가가 치솟는데 시장은 탐욕에 취해 있었다. 반대로 2022년에는 고용도 소비도 멀쩡했는데 시장은 공포에 질려 1년 내내 하락했다. 실물만 보면 두 해의 주가 움직임은 설명되지 않는다. 표정을 봐야 한다.

그리고 이 카테고리에는 지금까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금리·물가·고용에서는 "극단값이 나와도 이미 늦은 신호"라는 결론이 반복됐다. 그런데 위험심리에서는 "공포가 극단일 때가 분할 매수 구간이었다"는 통념이 있다. 극단이 곧 행동의 참고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통념이 데이터로 성립하는지가 이번 시리즈의 핵심 검증 대상이다.

첫 번째 온도계 — VIX, 시장의 불안 보험료

위험심리의 대표 지표는 VIX(변동성지수)다. 뉴스에서 "공포지수"라고 부르는 그 숫자다.

VIX의 정체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시장이 지금 내고 있는 불안 보험료.

주식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사람은 풋옵션이라는 하락 보험을 산다.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보험 가격이 오른다. VIX는 S&P500 옵션 가격에서 역산한 향후 30일 기대변동성이다. 즉 설문조사가 아니라 실제로 돈이 오간 가격에서 계산된다. 사람 말은 거짓말을 해도, 지갑은 거짓말을 못 한다.

숫자를 읽는 감각은 이렇다.

  • 12 이하: 극단적 태평
  • 15~20: 평상시 (1990년 이후 장기 평균이 약 19)
  • 25~30: 긴장
  • 40 이상: 공포
  • 80 근처: 시스템 위기 (역사상 2008년과 2020년, 딱 두 번)

여기서 VIX만의 독특한 성질이 하나 있다. 금리에는 "고금리 시대"와 "저금리 시대"가 있다. 물가도 그렇다. 그런데 VIX에는 "고VIX 시대"가 없다. 아무리 치솟아도 반드시 평균 근처로 돌아온다. 공포와 탐욕이라는 인간 본성이 시대를 초월해 반복되기 때문이다. 정해진 방 안을 왕복하는 지표라서, 절대값 자체가 "지금이 역사적으로 어느 위치인가"를 말해주는 드문 지표다.

두 번째 온도계 — 신용스프레드, 빚의 웃돈

두 번째 지표는 이름부터 어려워 보이지만 원리는 단순하다. 신용스프레드는 회사가 돈을 빌릴 때 정부보다 얼마나 웃돈을 얹어주는가다.

미국 정부는 떼일 걱정이 없으니 가장 싸게 빌린다. 회사는 망할 수 있으니 그보다 높은 이자를 줘야 돈을 빌릴 수 있다. 이 이자 차이가 신용스프레드다.

경기가 좋으면 "이 회사 안 망해"라는 믿음에 웃돈이 줄어든다. 경기가 나빠질 것 같으면 "떼일지도 몰라"라는 불안에 웃돈이 커진다.

여기서 중요한 관찰 포인트가 하나 있다. 채권 투자자는 주가가 오르든 말든 관심이 없다. 오직 "빌려준 돈을 떼이느냐"만 본다. 수익을 계산하는 주식 투자자보다, 생존을 계산하는 채권 투자자가 더 보수적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경기 악화의 냄새를 주식시장보다 먼저 맡는 게 아니냐는 가설이 있다. 백미러가 아니라 앞유리일지도 모른다는 가설. 이것도 데이터로 검증할 대상이다.

탈락한 후보들 — 돈과 말의 차이

위험심리 지표는 이 둘 말고도 많다. 그런데 스터디 과정에서 나머지는 대시보드 후보에서 탈락시켰다. 탈락 이유가 오히려 이 카테고리의 본질을 보여줘서 기록해둔다.

풋콜비율. 풋옵션과 콜옵션의 거래량 비율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재료가 VIX와 같다. 둘 다 옵션시장에서 나온다. 같은 재료로 만든 두 요리를 굳이 다 먹을 필요는 없다.

AAII 심리지수. 미국 개인투자자에게 매주 "강세로 보나 약세로 보나"를 묻는 설문이다. "개미가 극단적으로 비관하면 바닥"이라는 역발상설이 유명하다. 그런데 이건 돈이 아니라 말이다. 설문에 비관적으로 답하고 주식을 사는 데는 아무 비용이 들지 않는다.

공포탐욕지수(Fear & Greed 지수). CNN이 만든 유명한 지수다. 7개 지표를 합성하는데 그중 하나가 VIX다. 즉 VIX가 원재료, 공포탐욕지수는 요리다. 문제는 계산식이 비공개라 과거로 거슬러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검증할 수 없는 지표는 믿을 수도 없다.

참고로 초보 시절 헷갈리기 쉬운 게 하나 있다. VIX와 공포탐욕지수는 방향이 반대다. VIX는 40이면 공포지만, 공포탐욕지수는 10이 공포다. 뉴스에서 두 숫자를 볼 때 주의할 것.

정리하면 남은 건 VIX와 신용스프레드, 둘 다 실제 돈이 오간 가격에서 나온 지표다. 말보다 돈을 믿는다. 이 원칙 하나가 이번 카테고리의 지표 선정 기준이 됐다.

온도계는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미리 말해둔다. 위험심리 지표도 예측 도구가 아니다. 지금 시장이 얼마나 비정상인가를 재는 체온계다.

체온계는 열이 났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 내일 열이 내릴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위험심리에는 앞서 말한 독특한 가능성이 하나 있다. 체온이 극단까지 치솟은 순간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공포에 사라"는 격언은 진짜일까. VIX가 40을 넘긴 날 주식을 샀다면 어떻게 됐을까. 1990년 이후 그런 날은 딱 열 번 있었다. 열 번의 성적표를 다음 글에서 전부 공개한다.


 

— 레사남(레버리지ETF를 사랑하는 남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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