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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노트 · 1부 · 마음이 먼저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미래도 모르는데, 어떻게 다른 회사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가

2026-04-29 · 레사남 · 원문 레사방 3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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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제까지 안 했던 이야기 — 개별종목에 대하여

레사방을 운영하면서 ETF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이 했다. QQQ도 다뤘고, TQQQ도 다뤘고, SOXX, SOXL도 다뤘다. 미국 시장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스닥100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정작 개별종목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5가지 투자철학 시리즈 3편 — **"왜 나는 지수에 투자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먼저 한 가지 분명히 하고 싶다. 나는 개별종목 투자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독으로 한 종목에 몰빵하는 것, 그것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테마주, 급등주는 말할 것도 없다. 그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에 가깝다. 하지만 우량주는 어떨까? 사람들이 "이 회사는 안전하다"고 믿는 그 우량주들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량주조차 단독이면 위험하다. 언제 경쟁력을 잃고 쇠퇴의 길을 걸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종목으로 분산되어 있으면 이야기가 다르다. 오래전부터 주식 투자자들은 단독 주식의 위험을 알기에 분산투자를 강조해 왔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ETF의 뿌리도 결국 개별종목 아닌가? 여러 개별종목에 분산해서 투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ETF에 투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러면 굳이 ETF 살 필요 있나? 내가 30개 정도 골라서 분산하면 되지 않나?"

여기서 ETF만이 가진 두 가지 강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 자동 교체 메커니즘이다. 쇠퇴하는 기업은 빠지고 신흥 강자가 들어오는 시스템. 둘째, 진짜 광범위한 분산이다. 100개, 500개 종목으로 흩어진 분산. 개인이 30개 들고 있어도 결국 그 30개를 본인이 골랐다는 점에서 "내 판단의 위험"은 그대로 남는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왜 단독 종목 투자가 그렇게 위험할까?

데이터를 보자.


2. 1위조차 그 자리를 못 지킨다 — 한국 시장 25년

먼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한국 시장부터 보자.

1990년대 한국 시가총액 1위는 한국전력이었다. 그것도 한 해, 두 해가 아니라 거의 10년 가까이 1위 자리를 독주했다. 당시 어른들은 한전을 두고 "국가가 망해도 한전은 안 망한다"고 했다. 공기업이고, 전기가 끊길 일은 없으니 매출이 사라질 리도 없다. 누가 봐도 안전한 회사였다.

그 한전에 1990년대에 몰빵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30년이 지난 지금, 거의 횡보다. 30년 동안 인플레이션도 못 따라잡았다는 뜻이다.

1999년에는 한국통신(현 KT)이 시가총액 1위였다. IT 붐이 한창이던 때, 모두가 통신과 인터넷의 시대라 외쳤다. 그 중심에 KT가 있었다. SK텔레콤도 마찬가지였다. 두 회사는 2000년 전후로 시총 2~3위를 다투며 "황제주"로 불렸다.

지금 KT와 SK텔레콤의 시가총액 순위는? 둘 다 10위권 밖이다. 25년 전 누구도 통신주가 이렇게 밀려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는 "앞으로는 통신의 시대"라는 말이 너무나 당연했으니까.

한 번 더 돌아보자. 지금 코스피 시가총액 1위는 삼성전자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시총 1위에 오른 것이 불과 2000년 이후의 일이다. 1990년대 초반의 삼성전자는 지금의 위상이 아니었다. 누가 1990년에 "앞으로 30년 뒤 삼성전자가 시총 1위가 된다"고 예측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또 하나. 지금 1위인 삼성전자가 30년 뒤에도 1위일까? 누가 답할 수 있을까.


3. 1위조차 그 자리를 못 지킨다 — 미국 시장 25년

그런데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 시장도 다르지 않다.

2000년 3월,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은 시스코(Cisco)였다.

지금 사람들이 엔비디아를 보는 눈으로, 2000년에는 시스코를 봤다. 인터넷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고, 그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는 네트워크 장비를 시스코가 만들고 있었다. 누가 봐도 미래였다. 시스코의 시가총액은 5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 시스코 주식은 2년 만에 88% 폭락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사실. 25년이 지난 오늘도 시스코는 그때 그 가격을 회복하지 못했다. 2000년에 시스코에 몰빵한 사람은 25년을 손실로 살았다는 뜻이다. 25년이다. 인생의 1/3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시스코만이 아니다. 같은 시기 미국 시총 TOP 10에 있던 루슨트(Lucent)라는 통신장비 회사가 있었다. 매출 380억 달러, 세계 최대 통신장비 기업. 모두가 "인터넷 시대의 핵심"이라 불렀다.

루슨트 주가는 97% 폭락한 뒤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알카텔에 합병되며 사실상 사라졌다.

이쯤 되면 한 가지 더 충격적인 데이터를 봐야 한다.

2000년 미국 S&P 500 시가총액 TOP 10과 2025년 현재 TOP 10을 비교해 보자.

순위 2000년 2025년
1 General Electric Apple
2 ExxonMobil NVIDIA
3 Pfizer Microsoft
4 Citigroup Alphabet (Google)
5 Cisco Amazon
6 Walmart Meta
7 Microsoft Tesla
8 AIG Berkshire Hathaway
9 Merck Eli Lilly
10 Intel TSMC

2000년 TOP 10 중에서,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TOP 10에 남아있는 회사는 단 하나 — 마이크로소프트뿐이다.

나머지 9개는 다 밀려났다. 그중 루슨트는 아예 사라졌고, GE는 3개 회사로 분할됐다. 시스코, 인텔, 화이자는 한참 아래로 떨어졌다.

당시 모든 애널리스트가 GE를 "강력 매수"로 추천했다. 강력한 리더십, 시장 지배력, 사상 최고의 매출과 이익. 누가 봐도 완벽했다. 그 회사가 25년 만에 분할되어 사라졌다.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2000년 시총 TOP 10 중 9개가 25년 만에 그 자리를 잃었다. 그것도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 시장에서.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때 그 종목들이 무너질 거라고 누가 예측할 수 있었는가?

당시 그 회사들은 모두 "안전한 우량주"였다. 모든 애널리스트가 매수를 외쳤다. 모든 신문이 "이 회사들이 미래"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다 무너졌다. 25년이 지난 지금, 그 회사 중 하나에라도 몰빵했다면? 평생 후회할 일이다.

그런데 정작 더 무서운 사실은, 나는 그때 그 회사들의 직원조차 아니었다는 것이다. 신문 기사로, 애널리스트 보고서로 그 회사를 봤을 뿐이다.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알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회사 안에 있는 사람은 어떨까? 회사 안에 있으면 미래를 알 수 있을까?

내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다.


4. 나는 내가 다니는 회사조차 믿지 못했다

시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신입사원 시절이었을 것이다.

회사의 내부 정보가 내 귀에 들려왔다. 수주가 임박했다는 소식, 회사 재무 실적이 많이 개선될 것이라는 소식에 동료들이 수근대며 술렁이고 있었다. 나도 마음이 들떴다. 그래서 우리 회사 주식을 사봤다.

아니나 다를까, 일시적으로 상승이 있었다. "역시 내가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내가 알 수 있는 소식이라면, 아마 외부에도 이미 노출된 소식이었을 것이다. 동료들이 수근거릴 정도라면, 시장은 이미 그 정보를 다 소화했다는 뜻이다. 신입사원의 귀에까지 들어왔다는 건, 그게 마지막 단계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 상승도 잠시. 6개월이 지나 내 계좌는 손실이었다.

그 후 나는 회사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다니는 회사인데도, 회사를 믿을 수가 없었다. 결국 손실을 보고 매도했던 것 같다. 정확한 기억은 없다. 아마 손실의 아픈 기억을 외면하고자 기억에서 지워버렸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멈추고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내가 다니는 회사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연말이 되면 회사의 실적을 집계하고 내년 계획을 세운다. 그 정도는 대략 알 수 있다. 만약 숫자를 다루는 핵심 부서에 있다면 현재 회사의 상황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이고, 핵심 부서에 있더라도 미래는 모른다.

내가 다니던 곳은 건설회사였다. 제조업이 아닌 건설업. 단위 현장의 실적이 모여 회사의 실적이 되는데, 그 단위 현장의 변수는 그 누구도 예측이 안 된다. 이렇게 예측이 안 되는 단위 현장이 모여서 회사 실적이 된다면, 더더욱 예측이 안 된다는 얘기다.

극단적으로, 사고가 일어나서 현장이 멈추면 어떻게 될까? 공사 기간은 지연되고, 그 기간을 만회하기 위해 그만큼의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다. 누가 그걸 미리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이걸 알았으면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그 때도 깨닫지 못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정보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단지 내가 운이 없었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또 다른 기업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줄도 모르고.


5. 회사 안에서 모르는데, 회사 밖은 더 모른다

회사 내부 일만이 아니다. 대외적인 변수가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공급망이 갑자기 끊긴다. 법규가 바뀐다. 노동 환경이 변한다. 국제 질서가 흔들린다. 우리는 이런 일을 숱하게 봐 왔다.

가까운 예가 하나 있다. 2020년 1월에, 누가 3개월 후 전 세계 공장이 멈출 거라고 예측할 수 있었을까? 그해 항공사들은 매출이 90% 증발했다. 어떤 회사는 파산했고, 어떤 회사는 정부 구제로 겨우 살아남았다. 그게 그 회사들의 경쟁력 차이였나? 아니다. 외부 변수였다. 코로나라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경쟁사다.

우리 회사가 아무리 잘하더라도 업계의 시장은 한정적이다. 경쟁자의 점유율이 올라가면 우리 회사의 점유율은 낮아진다. 매출과 이익이 줄어든다.

심지어 아예 게임의 룰이 바뀌기도 한다. 노키아는 휴대폰 1위였다. 모두가 "노키아는 안전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았고, 게임 자체가 끝났다. 노키아는 사라졌다.

회사 안의 변수도, 회사 밖의 변수도, 경쟁사의 움직임도 — 그 어느 것 하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없다.


6. 그래서 나는 회사를 고르지 않는다

여기까지 정리해 보자.

  • 한국전력에 몰빵했다면 30년을 횡보했다.
  • KT에 몰빵했다면 25년을 후회했다.
  • 시스코에 몰빵했다면 25년을 손실로 살았다.
  • 루슨트에 몰빵했다면 회사 자체가 사라졌다.
  • 25년 전 미국 시총 TOP 10 중 9개가 그 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다니는 회사조차 믿지 못해서 손실을 봤다.

세계 최고 기업도 25년을 못 버틴다. 모든 애널리스트가 매수를 외친 회사도 무너진다. 회사 안에 있어도 미래를 모른다. 회사 밖의 변수는 더 모른다. 경쟁사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단 하나의 결론이 남는다.

나는 회사를 고를 능력이 없다.

이걸 인정하고 나면,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한다. 회사를 고르지 않아도 되는 게임. 그게 바로 지수 투자다.

지수에 투자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쇠퇴하는 회사는 자동으로 빠진다. 새롭게 떠오르는 회사는 자동으로 들어온다. 시스코가 무너지면 시스코의 비중이 줄어든다. 애플이 떠오르면 애플의 비중이 늘어난다. 루슨트가 사라지면? 그 자리에 다른 회사가 들어온다.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시장이 알아서 한다.

이게 지수 투자의 본질이다. "좋은 회사를 고르는 게임"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만들어내는 결과를 받는 게임"이다.

물론 지수 투자도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 전체가 무너지면 지수도 무너진다. 하지만 시장 전체가 무너지는 건, 개별 회사 하나가 무너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시장이 무너지려면 미국 경제 전체가 무너져야 한다. 한 회사가 무너지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지만, 미국 경제가 통째로 무너진 적은 100년 동안 없다.

그래서 나는 회사를 고르지 않는다.

고를 능력도 없고, 고를 필요도 없다.


7. 마지막으로

오해는 말아주셨으면 한다. 나는 개별주 투자자를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정말로 회사를 잘 고르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워렌 버핏이 그렇고, 그의 후계자들도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회사 한두 곳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그 일에 바친 사람들이다. 수많은 회사를 분석하고, 수많은 산업을 공부하고, 수많은 거시 변수를 추적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매일 출근해서 내 일을 하고, 퇴근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회사를 고르는 데에 인생을 걸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회사를 고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시장 전체에 베팅한다. 시장 전체에 베팅하는 것은 "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성장한다"는 단 하나의 가정에만 의존한다. 그리고 그 가정은, 지난 100년의 데이터가 증명해 왔다.

물론 이것도 100% 안전한 베팅은 아니다. 미국 경제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 확률은, 내가 어떤 한 회사의 미래를 정확히 맞출 확률보다는 훨씬 높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이번에도 똑같이 말하고 싶다.

내 말도 믿지 마라.

이 글을 읽고 "아, 지수 투자가 답이구나"라고 생각하지 마시라. 본인이 직접 한국전력의 30년 차트를 봐야 한다. 시스코의 25년 차트를 봐야 한다. 본인이 다니는 회사의 미래를 본인이 정말 알고 있는지, 한 번 더 자문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본 것을 솔직하게 보여드리는 것뿐이다.


— 레사남(레버리지ETF를 사랑하는 남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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