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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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ETF를 사랑하는 남자, 그런데
나는 이 블로그를 "레버리지ETF를 사랑하는 남자"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요즘, 내 이름에서 'ETF' 세 글자를 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레버리지를 사랑하는 남자"로.
거창한 변신 선언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나는 레버리지라는 말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그게 얼마나 좁은 이해였는지 알게 됐다. 이 글은 그 부끄러운 깨달음의 기록이고, 앞으로 이 블로그가 어디로 가려는지에 대한 내 나름의 정리다.
leverage(레버리지) : 지렛대
leverage(레버리지)는 원래 ‘지렛대’에서 온 말로, 작은 힘으로 큰 효과를 내는 ‘효율 증폭’의 개념이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들 수 없는 무거운 물체를, 지렛대 하나면 들 수 있다. 이 단순한 원리를 세상에 확장하면 그 의미는 무궁무진해진다.
내가 이 블로그에서 줄곧 말해온 레버리지ETF도 그 확장 중 하나일 뿐이다. 자본의 지렛대 말이다. 내 돈에는 한계가 있으니, 돈을 빌리거나 굴려서 더 큰 자본을 움직이는 것. TQQQ나 SOXL 같은 3배 레버리지ETF는 그 세계의 아주 작은 한 조각이다.
그런데 지렛대는 자본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최근 투자 마인드를 다루는 유튜브를 보다가, 나발 라비칸트(Naval Ravikant)라는 사람을 알게 됐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인데, 『부와 행복의 원칙』이라는 책으로 국내에도 소개돼 있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아직 그 책을 읽지 못했다. 다만 영상에서 스친 한 대목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서, 그 부분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보려는 것뿐이다.
그가 말하길, 부(富)란 내가 잠자는 동안에도 나를 위해 돈을 벌어다 주는 자산( Wealth is assets that earn while you sleep. )이라고 했다. 공장, 컴퓨터 프로그램, 주택, 예금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그런 자산을 만들어내는 지렛대가 네 가지 있다고 했다. 노동, 자본, 코드, 그리고 콘텐츠(미디어). 이걸 듣는 순간, 나는 "아, 맞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노동의 지렛대 — 나는 오랫동안 지렛대의 부속품이었다
노동의 레버리지는 내가 제일 오래, 제일 가까이서 봐온 것이다.
나는 건설회사에 있었다. 건물 하나를 세우려면 수많은 사람의 노동이 필요하다. 육체적 노동만이 아니다. 정신적인 노동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회사든 마찬가지다. 혼자서는 기업을 굴릴 수 없으니 사람을 고용하고, 그 사람들의 노동을 모아 더 큰 가치를 만든다. 이게 노동의 지렛대다.
그런데 나는 그 지렛대 안에서 어느 쪽이었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지렛대를 활용한 사람이 아니라 지렛대의 일부분인 사람에 가까웠다. 현장에서 관리자로 협력사와 근로자를 관리했으니 레버리지를 활용한 셈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 '관리'라는 것도 내가 노동을 제공하고 월급을 받는 일이었다. 나는 노동 레버리지를 활용한 사람이 아니라, 그 레버리지를 구성하는 하나의 부속품이었던 거다. 그리고 그 대가로 남는 건 월급뿐이었다.
오해는 말자. 나는 그 노동의 대가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그 월급으로 가족이 살았고 나도 살았다. 다만 부를 쌓는다는 관점에서 월급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나는 오래 느껴왔다. 아마 퇴직을 앞둔 사람일수록 이 한계를 더 절실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노동의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노동의 대가로 받을 수 있는 월급은 영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만약 내가 앞으로 새로운 일을 준비한다면,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노동을 지렛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자본의 지렛대 — 내 돈이 나 대신 일한다
다음은 자본의 지렛대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자기가 가진 자본만으로 부를 쌓기는 어렵다. 그래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본을 늘리고, 그 늘어난 자본으로 더 큰 이익을 만들려 한다. 이게 자본의 레버리지다. 하지만 자본은 아무나 무한정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며, 늘린 자본을 어떻게 굴리느냐가 더 중요하다. 자본만 키우고 이익을 못 내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 더 크게 잃을 수 있으니까.
내가 이 블로그에서 말해온 레버리지ETF는 바로 이 자본 지렛대의 한 조각이다. 그리고 나는 자본의 한계가 뚜렷한 개인일수록 여기에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여기서 나발의 말에 살짝 토를 달고 싶은 게 있다. 그는 자본을 '허가가 필요한 지렛대'로 분류했다. 큰돈을 빌리려면 은행이든 누군가의 승인이 있어야 하니까, 아무나 쉽게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예외가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소액으로 우상향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대출 없이, 누구의 허락도 없이, 증권 계좌 하나만 있으면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다. 대출만 레버리지가 아니다. 내 돈으로 주식을 사는 것도 자본의 지렛대다. 왜냐하면 내가 잠든 사이에도 내 자본이 나 대신 일을 하기 때문이다.
앞서 나발이 말한 그 정의, 내가 자는 동안에도 나를 위해 일하는 자산. 소액 투자자에게는 이게 가장 먼저 손에 쥘 수 있는 그 자산인 셈이다.
코드의 지렛대 — 내가 자는 동안에도
코드. 나발을 소개하는 유튜브를 보면서 가장 생소했었다. 하지만 곧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항상 쓰고 있는 프로그램, 인터넷, 스마트폰 앱, 웹사이트, 홈페이지... 이런 것들이다. 한 번 만들면 잠자고 있는 동안에도 멈추지 않고 일을 한다.
우연하게도 실제 사례를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되었다. 요즘 내가 이 코드의 지렛대를 만들고 있다. '개발'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이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초보지만, AI의 발전이 코드를 전혀 모르던 나 같은 사람에게도 웹사이트를 만들게 하고 있다. 만드는 과정은 여전히 서툴고 힘들다. 하지만 이게 언젠가 완성되면, 많은 사람이 그걸 쓰게 될 것이다. 나발의 말처럼, 내가 자고 있는 동안에도.
이게 코드의 지렛대다. 한 번 만들어두면, 나의 시간과 무관하게 계속 일하는 것.
콘텐츠의 지렛대 — 지금 이 글이 그렇다
콘텐츠. 이건 멀리서 예를 찾을 것도 없다.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블로그가 바로 그 예다.
내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남기면, 내가 한 번 쓴 그 글을 수많은 사람이 읽고 공유한다. 내가 매번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설명하지 않아도, 글 하나가 나를 대신해 계속 이야기를 전한다. 이게 콘텐츠의 지렛대다.
그리고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내가 이 웹사이트를 만들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블로그였다. 글을 쓰다 보니 투자를 실제로 도울 도구가 필요해졌고, 그래서 그 도구를 만들려다 보니 웹 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콘텐츠라는 지렛대가 코드라는 또 다른 지렛대를 낳은 셈이다. 지렛대는 이렇게 서로를 부른다.
그러고 보니 나발이 말한 네 가지 지렛대 중, 자본은 이미 쥐고 있었고 코드와 콘텐츠는 지금 서툴게 배워가는 중이다. 남은 건 노동의 지렛대 하나다. 언젠가 그것까지 쥐게 될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방향은 보인다.
그래서 나는 어디로 가려는가
여기까지 쓰고 보니, 이 글이 자칫 "나 이런 거 하고 있어요" 하는 자랑처럼 읽힐까 봐 걱정이 된다. 그건 내가 가장 경계하는 지점이다. 나는 아직 시작하는 단계다. 25년 동안 노동의 지렛대의 부속품으로 살아왔으며, 레버리지ETF라는 자본의 레버리지에 대해서만 수년전에 깨달아 투자하고 있을 뿐이다. 코드도 콘텐츠도 서툴게 걸음마를 떼는 중일 뿐이고, 노동의 지렛대를 손에 쥐고 활용하는 것은 여전히 꿈에 가깝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은 이거다.
레버리지는 넓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 과거의 나처럼 — 그 넓은 지렛대를 활용하지 못한 채 월급이라는 한 가지 노동의 대가에 기대어 산다. 나는 그 한계를 벗어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장기투자, 분할매수, 현금의 힘을 강조해왔고, 우상향 자산으로 레버리지ETF를 소개해왔다. 말로만 하지 않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월 100만원 적립식 투자도 공개하고 있다. 그 방향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만 나는 거기에만 머물고 싶지 않아졌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도, 가진 능력도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자본의 지렛대보다 노동의 지렛대가 맞을 수 있다. 작은 자영업을 꿈꾸는 사람 말이다. 어떤 사람은 자기 생각을 글과 영상으로 만드는 콘텐츠의 길이 맞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AI 시대에 코드로 세상을 움직이는 꿈을 꿀 수도 있다.
그러니 나는 "당신도 레버리지ETF를 하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당신에게 맞는 지렛대는 당신만이 안다. 나는 다만 레버리지라는 말이 이렇게 넓다는 걸, 나처럼 좁게만 알고 있던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하나만 다시 못박고 싶다. 자본이 많지 않은 개인이 가장 먼저, 가장 쉽게 쥘 수 있는 지렛대는 여전히 소액으로 우상향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큰 사업도, 대단한 코드도, 많은 팔로워도 당장은 없어도 된다. 증권 계좌 하나와 매달의 작은 돈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지렛대. 그게 이 블로그가 지금까지 이야기해온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기록할 것이다.
그 위에, 나는 이제 다른 지렛대들도 하나씩 서툴게 배워가려 한다.
내가 아직 읽지도 않은 그 책의 제목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부와 행복의 원칙』. 레버리지는 결국 부를 위한 도구이지만, 그 도구를 아무리 잘 써도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일까? 지렛대로 무엇을 들어올릴 것인가?
나에게 그 답은 언제나 행복이고 경제적 자유다. 그 방향을 잊지 않는 한, 나는 어떤 지렛대를 쥐든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레버리지ETF를 사랑하는 남자에서, 레버리지를 사랑하는 남자로. 오늘, 그 첫 글을 남긴다.
— 레사남(레버리지를 사랑하는 남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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