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의 힘 - 분할매수라는 방패에 창을 달다
주식 투자를 해오면서 현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다. 현금이 준비되었을 때는 주식이 내려가길 바라고, 가지고 있는 현금을 주식 매수에 모두 소진한 후에는 주식이 오르길 바란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락장이 왔을 때 "지금 사면 싸게 살 수 있는데…" 하면서도 계좌에 현금이 없어서 그저 바라만 본 적. 혹은 반대로 현금을 들고 있을 때 주가가 계속 올라서 "왜 진작 다 안 넣었을까" 후회한 적.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확신이 생겼다. 투자에서의 현금은 단순히 아직 투자하지 않은 돈이 아니라, 그 자체로 힘이 된다는 것을.
이전 글에서 복리의 힘, 분할매수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해를 위해 시뮬레이션이 많았는데 오늘은 시뮬레이션 없이 현금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현금은 심리적 안정이다
주식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돈을 잃을 때가 아니다. 판단력을 잃을 때다.
계좌에 현금이 한 푼도 없는 상태에서 주가가 폭락하면, 공포가 밀려온다. 떨어지는 숫자를 보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 무력감이 공포를 키우고, 공포는 결국 최악의 타이밍에 손절이라는 결정으로 이어진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를 떠올려 보자. 진정한 공포 구간에 들어서자 주식은 물론이고 안전자산이라는 채권과 금까지 모두 하락했다. 그때 유일하게 가치를 유지한 것이 현금이었다. 현금을 가진 투자자는 공포 속에서도 선택지가 있었다. 현금이 없는 투자자는 떨어지는 계좌를 바라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현금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같은 하락장이라도 "떨어지면 더 사면 되지"라는 여유가 생긴다. 이 여유가 공포를 이기는 힘이 된다. 현금은 수익을 만드는 도구이기 전에, 투자자의 멘탈을 지켜주는 안전장치다.
현금은 하락장에서 공격을 위한 무기다
많은 사람들이 현금을 수비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현금을 들고 있으면 기회비용을 잃는다"고. 상승장에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시장은 영원히 오르지 않는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것이 증시의 본질이다. 그리고 하락장이 왔을 때, 현금은 수비가 아니라 공격의 무기가 된다.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라." 이 말은 투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명언 중 하나이지만, 대부분 한 가지를 간과한다. 두려움 속에서 탐욕을 부리려면 실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실탄이 바로 현금이다.
버핏은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그는 쌓아둔 현금으로 골드만삭스와 제너럴일렉트릭에 과감히 투자해 큰 수익을 거뒀다. 남들이 공포에 빠져 손절할 때, 그는 현금이라는 무기로 공격에 나선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현금은 현재 약 3,250억 달러(약 450조 원)에 달한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가 그토록 막대한 현금을 들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 피터 린치도 마찬가지였다. 연평균 29.2%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그조차 1987년 대폭락을 겪은 뒤 현금 비중을 10%로 늘렸다. 경험이 가르쳐 준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라도 현금 없이는 위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방패 위에 창을 달다 - 분할매수와 현금의 조합
이전 글에서 복리의 마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매달 100만원씩 40년을 넣으면 4억 8,600만원의 원금이 연 5% 복리로 15억 7,718만원이 된다고.
그리고 분할매수의 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한 번에 몰아서 사지 않고, 나누어 사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수익을 만드는 길이라고.
그렇다면 복리의 원리를 이해하고 분할매수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이것만으로 충분한가?
분할매수만으로도 하락장의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는 충분하다. 하지만 여기에 현금이라는 무기까지 장착한다면 어떨까. 하락장에서 정기 적립만 하는 것과, 정기 적립에 더해 확보해 둔 현금으로 추가 매수까지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분할매수가 방패라면, 현금은 그 방패를 들고 있는 손에 쥐어진 창이다. 방패만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지만, 창까지 있다면 살아남는 것을 넘어 이길 수 있다.
분할매수에 현금의 힘까지 더한다면, 주식 투자의 성공 확률은 분명 높아질 것이다.
투자를 이야기하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말
여기까지 현금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에는 하나의 전제가 있다.
주식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주식투자 자금을 마련해야 된다는 것, 즉 현금을 만들어 내야 된다는 것이다.
나를 비롯해서 월급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현금이란, 그 중요성을 머리로는 알아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건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고, 누구나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주식 투자를 시작하기 위한 현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급여의 일부를 할애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동안 저축한 돈을 꺼낼 것이며, 누군가는 대출을 이용할 수도 있다. 나는 여기서 현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현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투자에 접근하길 간절히 원한다.
누구나 더 많은 현금을 동원해서 더 많이, 더 빨리 투자에 성공하길 원한다. 하지만 개인의 상황에 맞지 않게 과도하다면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투자되는 순간 심리적으로 불리해지고, 투자는 어느새 투기로 변질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투자를 하고 있는가? 대부분은 가정의 행복을 위해,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 투자 때문에 오히려 행복이 무너진다면, 그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주식 투자에 혹시 실패하더라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개인의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투자하길 바란다.
물론 그 투자가 반드시 성공하길 바란다. 그게 레사남과 함께든 아니든.
마무리
정리하면 이렇다.
현금은 하락장에서 멘탈을 지켜주는 안전장치이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공격할 수 있는 실탄이며, 분할매수라는 방패 위에 장착한 창이다.
복리를 이해하고, 분할매수로 리스크를 줄이고, 거기에 현금의 힘까지 더한다면 — 투자의 기초체력은 한 단계씩 쌓여 올라간다. 이 세 편의 글이 그 토대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현금비율을 매매전략의 핵심으로 삼았다. 현금이 얼마나 있는지가 곧 매수와 매도의 기준이 되는 전략이다. 그 이야기는 매매전략 시리즈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함께 읽어보시길 바란다.(매매전략 2편 - 현금비율이 왜 매매 타이밍 지표가 되는가?)
— 레사남(레버리지ETF를 사랑하는 남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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