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사남 항해 노트 레사남 홈항해도 열기
항해 노트 · 6부 · 바다를 읽는 법

이란 종전 합의, 경제지표는 어떻게 움직였나

2026-06-15 · 레사남 · 원문 레사방 53편

📌 이 글을 읽기 전에

🔍 꼭 읽어야 할 글

📚 함께 보면 좋을 글


 

오늘 아침, 전쟁이 끝났다

2026년 6월 15일.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트럼프 "이란과 협상 타결"‥개전 106일 만에 사실상 종전합의 — MBC뉴스

지난 2월 28일 시작된 전쟁이 106일 만에 사실상 막을 내렸다. 중재국인 파키스탄 총리가 평화협정 타결을 발표했고, 양측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영구히 멈추기로 했다. 공식 서명식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열린다고 한다. 막혀 있던 호르무즈 해협도 다시 열린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일요일 저녁 거래가 열리자마자 미국 원유 가격이 4.5% 넘게 떨어져 배럴당 80달러까지 내려갔다. 3월 첫째 주 이후 가장 낮은 값이다. 트럼프는 호르무즈 개방을 승인하며 "기름을 흐르게 하자"고 했는데, 시장은 그 말보다 빨리 움직였다.

나는 이 뉴스를 보며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끝났으니 주식이 오르겠네" 같은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우리가 지난 몇 달 동안 따로따로 공부했던 경제지표들이, 이 한 사건 속에서 어떻게 한 줄로 꿰여 움직였나 하는 생각이었다.

금리를 공부하고, 물가를 공부하고, 이제 막 고용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지표들은 교과서 속에 칸칸이 나뉘어 있는 게 아니었다. 전쟁이라는 사건 하나가 유가를 흔들고, 유가가 물가를 흔들고, 물가가 금리를 흔들고, 거기에 고용까지 끼어들어 시장을 흔드는 — 그 연쇄를 우리는 지난 몇 달간 실시간으로 통과해 온 거다.

오늘은 그 사슬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되짚어 보려 한다. 좋은 복습이 될 것 같다.

 

1단계 — 전쟁이 유가를 밀어 올렸다

시작은 올해 2월 말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전쟁이 터졌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어떤 곳이냐면,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이 길이 막히면 기름이 시장에 못 나온다. 결과는 뻔했다. 유가가 폭등했다. 전쟁 전 70달러 안팎이던 브렌트유가 3월 말 한때 118달러까지 치솟았고, 미국 원유(WTI)도 113달러를 찍었다. 두 달 만에 거의 두 배가 된 거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안다. 전쟁 나면 기름값 오른다. 뉴스가 늘 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가 배운 건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2단계 — 유가가 물가 걱정을 불렀다

유가는 그냥 기름값이 아니다. 물가의 재료 중 하나다.

물가 시리즈에서 다뤘던 내용이다. 유가는 빠르고 변동성이 큰 재료라, 헤드라인 물가를 출렁이게 만든다. 기름값이 오르면 주유비만 오르는 게 아니라 물류비, 생산비가 줄줄이 따라 올라 물가 전반을 밀어 올린다.

그러니 전쟁으로 유가가 치솟자, 시장은 곧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이러면 물가가 다시 오르는 거 아냐?" 실제로 이 시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자극받았다. 잡혀가던 물가가 유가 때문에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리고 이건 우려로만 끝나지 않았다. 실제 물가 지표에 그대로 찍혔다.

전쟁 전 2~3%에서 잠잠하던 물가 3종이 개전 직후 일제히 튀어 올랐다. 흥미로운 건 셋 중에서도 생산자물가(PPI)가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반응했다는 점이다. 4월에 9%, 5월엔 13%까지 솟구쳤다. 소비자물가(CPI)나 PCE보다 훨씬 격렬했다.

왜 PPI가 제일 크게 반응했을까. 물가 시리즈에서 봤듯, PPI는 생산자가 받는 값이라 소비자물가보다 한 단계 앞에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 생산 단계의 비용부터 직격탄을 맞으니, 유가 충격은 PPI에 가장 먼저 나타난다. 유가 → 생산자물가 → 소비자물가로 번지는 사슬이 데이터에 그대로 보인다.

한 가지 짚어둘 건, 물가 지표는 한두 달 늦게 나온다는 점이다. 지금 보이는 건 4~5월까지의 그림이고, 휴전으로 유가가 빠진 효과는 아직 이 숫자에 안 담겼다. 물가는 늘 한 박자 늦은 백미러라는 걸 여기서도 확인한다.

3단계 — 물가 걱정이 금리 전망을 바꿨다

물가가 오를 것 같으면, 그다음은 연준이다.

금리 시리즈 내내 봤던 그림이다. 연준은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쓴다. 그러니 "유가 때문에 물가가 오를 것 같다"는 걱정은 곧바로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리거나, 적어도 안 내리겠네"라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이게 국채금리에 그대로 찍혔다. 전쟁이 격화되던 3월,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면서 10년물 국채금리가 4.25%를 넘어섰고, 5월엔 4.67%까지 올라 몇 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이 "금리가 더 높게, 더 오래 갈 것"에 베팅한 거다.

유가와 금리를 한 그림에 겹쳐 보면 사슬이 더 분명해진다. 개전 직후 유가가 두 배로 치솟을 때 금리도 같이 올랐고, 휴전 기대가 살아나자 둘 다 방향을 바꿔 내려왔다. 솔직히 금리는 유가만큼 출렁이진 않았다. 유가가 두 배 뛰는 동안 금리는 3.96%에서 4.67%로 올랐을 뿐이다. 하지만 같은 리듬으로 같은 방향을 향한 건 분명하다.

여기서 잠깐 멈춰 보자. 전쟁이라는 정치적 사건이 어떻게 채권 금리라는 숫자로 번역됐나. 정세 → 유가 → 물가 기대 → 금리. 우리가 따로 공부한 네 가지가 이미 한 줄로 연결돼 있다.

 

4단계 — 여기에 고용이 끼어들었다

그리고 6월 초, 한 가지가 더 얹혔다. 고용이다.

지난 글에서 다뤘던 그 사건이다. 5월 비농업고용이 예상의 거의 두 배로 나왔다. 고용이 강하다는 건 경제가 뜨겁다는 뜻이고, 경제가 뜨거우면 물가 압력도 커진다. 그래서 강한 고용지표가 나오자 12월 금리인상 확률이 하루 만에 48%에서 65%로 뛰었고, 반도체가 무너졌다. SOXL은 그날 -30%였다.

주목할 점은 이거다. 그때 시장을 누른 두 가지 힘이 유가발 물가 우려와 강한 고용이었다. 방향이 같았다. 둘 다 "연준이 금리를 못 내린다"를 가리켰다. 물가와 고용, 연준이 보는 두 개의 눈이 같은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이게 47편에서 말한 "좋은 소식이 나쁜 소식(Good news is bad)"의 정체다. 고용이 좋은데 주가가 빠진다. 왜? 좋은 고용이 금리 인하를 막으니까. 지표를 하나씩 떼어 보면 이해가 안 되는데, 사슬로 이어 보면 말이 된다.

 

5단계 — 그리고 사슬이 거꾸로 풀렸다

흥미로운 건 지금부터다. 전쟁이 사슬을 밀어 올렸다면, 휴전 기대는 그 사슬을 거꾸로 풀기 시작했다.

5월 말부터 협상이 진전된다는 소식이 나오자 유가가 빠지기 시작했다. 2026년 고점에서 약 20% 떨어졌다. 유가가 빠지니 물가 우려가 가라앉고, 물가 우려가 가라앉으니 금리도 내려왔다. 평화 협상 기대만으로 10년물 금리가 하루 8bp 넘게 빠진 날도 있었다.

올라갈 때 지나온 길을, 내려올 때 똑같이 거꾸로 밟은 거다. 정세 → 유가 → 물가 → 금리, 이 사슬은 양방향으로 움직인다.

단, 그 길이 직선은 아니었다. 협상이 삐끗할 때마다 사슬이 다시 튀었다. 6월 초 이란이 협상 중단과 호르무즈 완전 봉쇄를 언급하자 미국 원유가 하루 만에 5.93% 급등하기도 했다. 기대와 불안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톱니처럼 오르내렸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106일간의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과 함께 유가가 80달러까지 내려앉았다.

 

그래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

이 글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전쟁이 끝났으니 주식 사라"가 아니다. 그런 건 예측이고, 이 블로그는 예측을 믿지 않는다.

내가 느낀 건 두 가지다.

첫째, 지표는 따로 놀지 않는다. 우리는 금리를 공부하고 물가를 공부하고 고용을 공부했지만, 실제 시장에서 이것들은 하나의 사슬로 연결돼 있다. 정세가 유가를, 유가가 물가를, 물가가 금리를, 그리고 고용까지 함께 연준을 향해 움직인다. 지표 하나만 떼어 보면 시장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하지만 사슬로 보면 보인다. 47편에서 "고용이 좋은데 왜 주가가 빠지지?" 했던 의문도, 이 사슬 안에서야 답이 나온다.

둘째, 시장은 사실보다 기대에 먼저 반응한다. 오늘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유가는 이미 몇 주 전부터 빠지고 있었다. 타결이 확정돼서 빠진 게 아니라, 타결될 거라는 기대로 미리 빠진 거다. 시장은 뉴스가 확정되기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래서 "뉴스 보고 사고팔면 늦는다"는 말이 나온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답은 늘 같다. 이 사슬을 예측의 도구로 쓰려 들면 안 된다. 전쟁이 어떻게 흘러갈지, 유가가 어디까지 갈지, 연준이 언제 움직일지 — 세계 최고 전문가들도 못 맞히는 걸 우리가 맞힐 리 없다.

대신 이 사슬을 환경을 읽는 도구로 쓴다. 지금 내가 어떤 날씨 속을 항해하고 있는지 아는 것.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물가가 오르면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그 연결을 이해하는 것. 그게 우리가 지표를 공부하는 이유다.

전쟁이 끝나던 날, 나는 차트 하나가 아니라 사슬 전체를 봤다. 그리고 새삼 확인했다. 지표는 신호가 아니라 일기예보라는 걸. 오늘도 그건 변하지 않았다.


 

레사남(레버리지ETF를 사랑하는 남자) 드림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레사남에게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본 콘텐츠는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글이 놓인 자리 — 레사남 항해도 · 6부 · 바다를 읽는 법

전체 항해도는 가입 후 열립니다

조각 글을 초보 항해자의 여정 순서로 엮은 책 「레사남 항해도」 — 무료 가입으로 이어 읽으세요. 읽던 자리로 그대로 돌아옵니다.

책 전체보기 — 무료 가입
레사남 홈·항해 노트 전체·개인정보처리방침
© 레사남 — 데이터와 실패담으로 항해합니다